사람의 마음은 남을 밀쳐 내리고 자신을 올리려고 하는데 위에 있는 자와 아래에 있는 자가 서로 죽이려 하여 나긋나긋하게 하면서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하며 모질게 해쳐서 새기고 쪼아 대니 그 뜨거움은 타오르는 불길 같고 차가움은 얼어붙은 얼음 같고 빠르기는 고개를 숙였다 드는 순간에 온 세상을 두 바퀴나 돌 정도이고 가만히 있을 때에는 깊은 물처럼 고요하고 움직일 때에는 어느덧 하늘에 걸린다.
이처럼 제멋대로 내달려서 붙들어 둘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옛날 黃帝(황제)가 처음 仁義(인의)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댔으니 堯(요)와 舜(순)이 이 때문에 다리의 털이 없어질 정도로 부지런히 일해서 천하 사람들의 몸을 기르고 온몸을 수고롭게 하면서 인의를 행하고, 혈기를 괴롭히면서 법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 감당하지 못해서 堯(요)가 결국 讙兜(환두)를 崇山(숭산)으로 추방하고 三苗(삼묘)를 三峗(삼위)에 몰아내고 共工(공공)을 幽都(유도)로 유배 보냈으니 이는 천하를 감당하지 못해서이다.
이윽고 삼왕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크게 놀라게 되었으니 아래로는 桀(걸)과 盜跖(도척) 같은 대악당이 나타나고 위로는 曾參(증삼)이나 史鰌(사추) 같은 큰 인물이 나오게 되어,
儒家(유가)와 墨家(묵가)가 모두 일어나 이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가 서로 의심하며 어리석은 이와 지혜로운 이가 서로 속이며 착한 이와 악한 이가 서로 비난하며 거짓된 자와 신의를 중시하는 자가 서로 비웃어 천하가 쇠퇴하게 되었다.
玄同(현동)의 大德(대덕)이 해체되고 타고난 性命(성명)이 어지러워지고 천하 사람들이 지식을 좋아하고 욕심을 끝까지 부리게 되었다.
이에 이르러 자귀나 톱으로 자르는 형벌이 가해지고 새끼줄이나 밧줄로 묶어 죽이고, 몽치나 끌로 사람을 결딴내게 되어,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졌으니 이 죄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데에 있다.
그 때문에 현자들은 높은 산이나 험준한 바위 아래 숨어 살게 되고 한편 萬乘(만승) 大國(대국)의 군주는 조정의 권좌 위에서 근심 속에 두려워 떨게 되었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사형당해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서로 베개를 베고 누워 있고, 차꼬를 차고 칼을 쓴 죄수들이 서로 밀칠 정도로 바글거리고, 刑戮(형륙)을 당한 자들이 서로 마주 볼 정도로 많은데 유가와 묵가의 선생이란 자들은 차꼬와 수갑을 찬 죄인들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팔을 걷어붙이며 뽐내고 있으니 아!
심하구나!
그들이 부끄럼 없이 수치를 모름이 심하다.
나는 聖(성)과 知(지)가 차꼬나 목에 씌우는 칼 따위의 쐐기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하겠고, 인의가 桎梏(질곡)을 채우는 자물쇠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하겠으니 어찌 증삼이나 사추가 桀(걸)이나 盜跖(도척)의 嚆矢(효시)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