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는 서둘러 판단을 하지 않고 비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허물이 많지 않다. 주역
익숙한 길 accustomed path
10-1. 天澤履(천택리) : 初九(초구)는 素履(소리)로 往(왕)하면 无咎(무구)-리라
初九(초구)는 본래 밟은 곳으로 가면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상왈) 素履之往(소리지왕)은 獨行願也(독행원야)-라
象曰(상왈) 素履之往(소리지왕)은 홀로 行(행)함을 원함이라
① 素 '본디 소', '본디', '바탕', '희다’
② 獨 '홀로 독', '홀로', '외롭다’
③ 願 '원할 원', '원하다', '바라다'
素(소)는 ‘흰색 소’이다. 누에의 고치에서 나오는 실은 희다. 이것을 염색하면 여러 가지 색이 나온다. 素(소)는 염색하지 않은 그대로의 색이다. 여기서 가공 변화하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것을 素(소)라고 한다. 素履(소리)는 조금도 가공하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初九(초구)는 陽爻(양효)로써 陽(양)의 자리에 있으니, 자리가 바르고 뜻이 바르다. 九四(구사)와 相應(상응)하지 못하며, 九二(구이)와도 相比(상비)하지 못한다. 初九(초구)는 孤立(고립)되어 있는 爻(효)로써 아무에게도 속박 당하지 않는 낮은 신분이지만, 본시 그대로 조금도 꾸미지 않고 천진난만한 淸淨(청정)한 마음으로 자기 할 일을 한다. 그러므로 잘못이 없게 된다.
“象曰(상왈) 素履之往(소리지왕)은 獨行願也(독행원야)라”, 初九(초구)가 조금도 꾸미지 않는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 할 일을 하고 나아가는 것은 자기 홀로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일을 하는 것이다.
䷉履(리):天澤履(천택리) 初九(초구):素履(소리),往无咎(왕무구)。
Lu:
The first NINE, undivided, shows its subject treading his accustomed path. If he go forward, there will be no error.
象傳(상전):素履之往(소리지왕),獨行愿也(독행원야)。
Xiang Zhuan:
'He treads his accustomed path and goes forward:' - singly and exclusively he carries out his (long-cherished) wishes.
履卦(리괘)는 上卦(상괘) 乾卦(건괘)의 天(천)과 下卦(하괘) 兌卦(태괘)의 澤(택)에다 卦名(괘명)을 붙여 天澤履(천택리)괘로 기억한다. 3월 卦(괘)이며, 主爻(주효)는 六三爻(육삼효)이다.
履(리)는 발로 밟는 것이다. 여기서 할 일을 밟아 나아가는 일을 수행하는 뜻으로 쓰인다. 이 卦(괘)에서는 일을 수행하는데 대한 道(도)를 말하고 있다. 앞에서 나온 風天小畜(풍천소축)괘는 작은 것이 큰 것을 붙드는 卦(괘)이다.
이 天澤履(천택리)괘는 小畜(소축)괘를 거꾸로 뒤집은 모양이다. 위에 純陽(순양)의 乾卦(건괘)가 있고, 아래에 陰柔(음유)한 兌卦(태괘)가 있다. 유약한 兌卦(태괘)가 剛健(강건)한 乾卦(건괘)의 뒤를 따라가는 卦(괘)이다. 큰 것의 뒤를 밟고 작은 것이 따라가는 것이 이 卦(괘)의 뜻이다.
小畜(소축)괘와는 반대의 모양이 되어 있다. 小畜卦(소축괘)는 작은 것이 위에 있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큰 것을 막고 있는 괘이다. 履卦(리괘)는 큰 것이 위에 있고 작은 것이 그 뒤에서 따라가는 괘이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따라가는 도리를 말하는 것이 이 卦(괘)이다.
小畜(소축)괘와 같이 작은 것이 큰 것을 멈추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은 것이 큰 것의 뒤를 따라가는 것도 몹시 곤란하고 위험한 일이다. 이를 테면 범의 뒤를 따라가면서 범의 꼬리를 밟는 것과 같다. 힘이 약한 사람이 힘이 강한 사람을 따르는 것도 이와 같으며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 재능이 많은 사람을 섬기는 것도 모두 履卦(리괘)에 속한다.
上卦(상괘) 乾卦(건괘)를 큰 사업으로 보고, 작은 사람이 큰일을 하려는 것이나, 큰 사업의 뒤를 따라가는 것도 같은 이치라도 볼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응용해 볼 수 있겠다. 繫辭傳(계사전)에서는 이 卦(괘)를 禮(예)로 보고 있다.
禮(예)는 사람이 밟고 나갈 중요한 德(덕)이다. 禮(예)라는 큰 도덕을 완성하는 것도 큰 사업이다. 사람의 일생이란 할 일은 많고 가야 할 길은 멀다. 사람은 각각 분수에 맞도록 살아야 하는데 분에 넘치는 큰일을 원하고 있다. 즉 어떤 큰 것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이것을 이 卦(괘)에서 말하고 있다.
이 卦(괘)는 兌卦(태괘)가 乾卦(건괘)의 뒤를 밟고 따라가는 것이다. 즉 작은 것이 큰 것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 말하면 첫째,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것과 둘째, 큰 사업의 뒤를 쫓아가는 것 등 두 가지 뜻으로 해석 되는데, 經文(경문)에서는 사람이 어떤 큰 사업의 뒤를 밟고 따라가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즉 사람은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을 밟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繫辭傳(계사전)과 序卦傳(서괘전)에서는 이 卦(괘)를 禮(예)의 卦(괘)로 보고 있다. 이 卦(괘)는 위에 乾卦(건괘)가 있고, 아래에 兌卦(태괘)가 있다. 乾卦(건괘)는 하늘이며, 가장 높은 것이다. 兌卦(태괘)는 못(澤)이며, 가장 낮은 것이다. 가장 높은 하늘이 위에 있고, 가장 낮은 못이 아래에 있어 上下(상하) 尊卑(존비)의 순서가 바로 되어 있어 禮(예)로 본다. 禮(예)는 순서, 질서를 말한다. 또 序卦傳(서괘전)에는 小畜卦(소축괘)에서 履卦(리괘)로 가는 설명으로 “物畜然後(물축연후)에 有禮(유예)라 故(고)로 受之以履(수지이리)”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