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인간세 1장 마음을 비워야 기가 응집한다.
顔回안회가 仲尼중니를 뵙고 떠날 것을 청하자 중니가 말했다.
“어디로 가는가?”
안회가 말했다.
“衛위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중니가 말했다.
“무엇을 하려느냐?”
안회가 말했다.
“저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위나라 임금이 나이가 젊어 혈기왕성하고, 행동이 독단적이어서 나라를 가볍게 사용하고, 자기의 잘못은 보지 못하며, 백성들의 죽음을 가볍게 여겨 나라 안에 죽은 사람들이 연못에 넘칠 정도로 가득하여 〈虐政학정의 심함이〉 마치 못가 수풀을 불태워버린 것 같아서 백성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일찍이 선생님에게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다스려진 나라에서는 떠나고 어지러운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의원의 집에는 병든 사람이 많은 법이다.’ 원컨대 선생님에게서 들은 것을 실천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마도 그 나라는 치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니가 말했다.
“아!
너는 아마도 가면 형벌을 받고 말 것이다.
道는 어지럽게 뒤섞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지럽게 뒤섞이면 〈마음이〉 다방면으로 분열되고 다방면으로 분열되면 동요하게 되고 동요하게 되면 근심하게 되고 근심하게 되면 〈남을〉 구제할 수 없게 된다.
옛날의 至人지인은 먼저 도를 자기 안에 보존하고 그런 뒤에 다른 사람에게 도를 보존하게 하였다.
자기 안에 보존되어야 할 도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면 어느 겨를에 포악한 사람의 소행을 바로잡는 데에 이를 수 있겠는가.
또 너는 또한 덕이 어지러워지는 까닭과 지식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아는가.
덕은 명예 때문에 어지러워지고, 지식은 다툼에서 나온다.
명예라고 하는 것은 서로 싸우는 것이고, 知는 분쟁에서 이기기 위한 도구이다.
이 두 가지는 흉기인지라, 극진히 행할 만한 일이 아니다.”
“또 네가 덕이 두텁고 성실성이 단단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의 기분에 통달하지는 못했으며, 명예를 다투지는 않지만 아직 다른 사람의 심정에 통달하지 못했는데,
억지로 仁義인의를 주장하는 말과 법도에 맞는 말로 포악한 사람 앞에서 설교한다면, 이것은 남의 악을 이용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니 이런 사람을 일컬어 재앙을 불러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남에게 재앙을 끼치는 사람은 다른 사람 또한 반드시 거꾸로 그에게 재앙을 끼칠 것이니 너는 아무래도 남에게 재앙을 당할 것이다.
또 위나라 군주가 정말로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싫어한다면 무엇 때문에 너를 등용하여 특별한 정치를 추구하겠는가.
너는 오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나라 임금은 王公의 권력으로 반드시 다른 사람의 약점을 틈타 논쟁에서 이길 것을 다툴 것이니, 그렇게 되면 너의 눈은 초점을 잃어 어지러워질 것이고, 안색은 억지로 온화하게 꾸밀 것이고, 입은 변명하는 말을 늘어 놓을 것이며, 용모는 거짓으로 꾸며서 마침내 마음이 상대의 악을 이루어 줄 것이다.
이것은 불로 불을 끄려 하고 물로 물을 구제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컬어 〈악을〉 더 많이 보태 준다고 한다.
처음부터 순종하게 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네가 상대방이 믿지 않는데 성실한 말을 하면 반드시 포악한 군주 앞에서 죽게 되고 말 것이다.”
“또 옛날 桀王걸왕은 關龍逢관룡봉을 죽였으며, 紂王주왕은 왕자 比干비간을 죽였다.
이들은 모두 자신을 수양해서 아랫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백성을 어루만졌으니 아랫사람으로서 그 윗사람을 거역한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그 임금은 그들이 수양한 것을 빌미로 삼아서 도리어 그들을 물리쳤으니 이들은 명예를 좋아하다가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다.
옛날 요임금은 叢‧枝‧胥敖총지서오를 공격하였으며, 우임금은 有扈유호를 공격해서, 이들 나라는 폐허가 되어버리고 군주 자신은 형벌로 처형을 당했으니 이는 그들이 전쟁을 그치지 않고 끝없이 실리를 탐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네 나라는 모두 명예와 실리를 구하다가 멸망한 예인데 너만 유독 그것을 듣지 못했는가.
명예와 실리는 성인도 감당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너이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너에게는 반드시 뭔가 방도가 있을 것이니, 시험삼아 그것을 나에게 말해보라.”
안회가 말했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비우며 힘써 노력하고 마음을 한결같이 하면 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
어찌 〈그런 정도로〉 되겠는가.
〈위나라 군주는〉 사나움이 마음 속에 가득하고 그것이 바깥으로 심하게 드러나며, 정신과 안색이 일정치 않고 사람들이 어기지 않는 것을 즐기며,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억누르고 자기 마음대로 할 것을 추구한다.
이런 사람을 일러 매일 조금씩 진보하는 작은 德조차도 이루지 못할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하물며 큰 덕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은 자기 생각에 집착하여 남의 감화를 받지 않아서 겉으로는 합치된 듯하면서도 안으로는 헤아리지도 않으니 어찌 되겠는가.”
“그렇다면 저는 안으로는 강직함을 지키면서도 겉으로는 저의 뜻을 굽혀 세상 사람들과 맞추고, 成見성견을 내세울 때는 옛사람의 가르침에 假托가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으로 강직한 사람은 하늘과 더불어 같은 무리이니, 하늘과 같은 무리가 된 사람은 天子와 자신이 모두 하늘이 낳은 사람임을 알 것인데, 유독 자기의 말을 다른 사람이 좋게 평가하기를 바라며, 자기의 말을 다른 사람이 좋지 않게 평가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이와 같은 사람은 사람들이 일러 어린아이라고 하니 이것을 일러 하늘과 더불어 같은 무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겉으로 자신의 뜻을 굽혀 세상 사람들과 맞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같은 무리이니 笏홀을 높이 들거나 무릎 꿇고 절하거나 몸을 구부리는 동작은 남의 신하된 자의 예법이니, 저라고 감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남들이 행하는 것을 따라 행하는 사람은 남들 또한 비난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다른 사람과 더불어 같은 무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成見성견을 내세울 때 옛사람의 가르침에 가탁하는 사람은 옛사람과 같은 무리이니, 그 말이 비록 가르침이지만 그 내용은 〈임금을〉 견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예부터 있던 것이지 제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비록 강직하더라도 자신에게 해롭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옛사람과 같은 무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하면 되겠습니까?”
중니가 이렇게 말했다.
“어찌 되겠는가.
바로잡는 방법이 많고 법도를 지키면서 치우치지 않으니 비록 진실로 죄를 얻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정도에 그칠 뿐, 어찌 상대를 감화시키는 데까지 미칠 수 있겠는가.
여전히 자신의 成心을 스승으로 삼기 때문이다.”
안회가 말했다.
“저는 더 나은 방도가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감히 그 방법을 여쭤 보겠습니다.”
중니가 말했다.
“우선 齋戒재계하도록 하라.
〈그런 뒤에〉 내 너에게 말해 주겠노라.
사심을 가지고 재계하려고 하면 그것이 쉽겠는가.
그것을 쉽게 여기는 사람은 밝은 하늘이 마땅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안회가 말했다.
“저는 집안이 가난하여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葷菜훈채(마늘 파등)를 먹지 못한 지 몇 달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재계했다고 할 만하지 않습니까?”
중니가 말했다.
“그것은 제사 지낼 때의 재계이지 마음을 재계하는 것이 아니다.”
안회가 말했다.
“감히 마음을 재계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쭙니다.”
중니가 말했다.
“너는 뜻을 한결같이 해야 한다.
사물의 소리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며, 또 마음으로 듣지 말고 氣기로 들어야 한다.
귀는 感覺的감각적인 소리를 듣는 데에 그치고 마음은 知覺지각에서 멈추지만 氣는 마음을 비워서 사물을 기다리는 것이다.
道는 오직 마음을 비우는 곳에 응집된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마음을 재계하는 것이다.”
안회가 말했다.
“제가 아직 마음을 재계하지 않았을 때에는 실로 제 자신이 있었는데 마음을 재계하고 난 뒤에는 처음부터 아예 안회가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마음을 비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극진하다.
내 너에게 말해주겠다.
네가 세속의 울타리 속에 들어가 노닐면서도 명예 따위에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며, 자신의 말이 상대방의 귀에 들어가면 말을 하고 상대방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면 멈추며, 〈마음에〉 문과 담장을 치지 않고 오로지 道를 거처로 삼아 부득이 할 때에만 말할 수 있다면 거의 가까울 것이다.
세속으로부터 자취를 끊는 것은 쉽지만 세속에 살면서 땅 위를 걸어다니지 않기는 어렵다.
남에게 부림을 받는 처지가 되면 거짓을 저지르기가 쉽고, 하늘의 부림을 받는 처지가 되면 거짓을 저지르기 어렵다.
날개를 가지고 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자연에 맡겨〉 날개 없이 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하였고, 知識지식을 통해서 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무위자연으로〉 無知를 통하여 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하였다.
저 문 닫힌 집을 보라.
비어 있는 방에 햇살이 비치니 吉祥길상(경사가 날 조짐)은 고요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또한 〈길상이 머물지 않는 것은〉 마음이 고요히 머물지 않기 때문이니 이것을 일러 몸은 가만히 앉아 있지만 마음이 이리저리 치닫는다고 한다.”
“耳目이목이 전해 주는 것을 따라 외부의 사물을 안으로 받아들이고 안에 있는 교활한 心知심지를 버리면 귀신도 와서 머무르려 할 것인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이것이 만물을 감화시키는 방법이다.
禹우임금과 舜순임금이 지켰던 방법이고 伏戲氏복희씨와 几蘧氏궤거씨가 죽을 때까지 실천했던 일인데 하물며 이들만 못한 보통사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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