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인간세 2장  스스로 자기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애환에 흔들리지 않는다

葉公子高엽공자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나려 할 적에 仲尼중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초나라 왕이 나를 사신으로 보낼 때는 사명이 매우 중대하다고 여겨서입니다.

그러나 제나라에서 사신을 응대할 때 겉으로는몹시 공경하겠지만 실제로는 이쪽에서 가져간 案件안건을급하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사람도 그 마음을 움직이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諸侯제후이겠습니까.

나는 이것이 매우 두렵습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작든 크든 일을 처리할 때에 도리에 어긋나게 하고서 만족스럽게 성취하기란 매우 어렵다.

일이 만일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드시 人道인도의 근심이 있게 되고, 일이 만일 이루어지면 반드시 陰陽음양의 조화가 어긋나는 재앙이 생길 것이니,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그 뒤에 뒷탈이 없게 하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이라야 할 수 있다.’

저는 음식을 먹을 때는 거친 음식을 먹고 맛있는 것을 먹지 않으며, 밥을 지을 때는 시원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 제가 아침에 명령을 받고 나서 저녁에 얼음을 마셔대니 저는 아무래도 몸 속에 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일의 실상에 직접 부딪치지도 않고서 이미 음양의 재앙이 생겼는데, 일이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人道의 근심이 있게 될 것이니 이것은 두 가지 재앙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입니다.

남의 신하된 사람으로서 충분히 감당할 수가 없으니 선생께서는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仲尼중니가 말했다.

천하에는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천명이고 또 하나는 의리(인간사회의 규범)이다.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천명인지라 마음 속에서 버릴 수 없으며,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리이니 어디에 간들 임금 없는 곳이 없으니 천지간에 도망갈 곳이 없다.

이것을 일컬어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어버이를 섬기는 자는 처지를 가리지 않고 어버이를 편안하게 해드리니 이것이 의 지극함이다.

또 임금을 섬기는 자는 임금이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임금을 편안히 섬기나니 이것이 의 성대함이다.

自事其心者(자사김심자)哀樂不易施乎前(애락불역시호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섬기는 자는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감정이 닥친 처지나 해야 할 일 앞에서 바뀌거나 옮겨지지 않아서 그것을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 마음을 편안히 하고 천명을 따르니 덕의 지극함이다.

남의 신하 되고 자식 된 자는 이처럼 본디 그만둘 수 없는 바가 있으니 일의 실상과 부딪치고 자기 몸의 安危안위를 잊을지언정 어느 겨를에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데에 이를 수 있겠는가.

그대는 떠나는 것이 옳다.”

나는 청컨대 내가 들은 바를 일러 주고자 한다.

무릇 나라와 나라 사이의 外交외교는 거리가 가까우면 반드시 서로 信義신의로 맺고 거리가 멀면 반드시 말로써 진실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말은 반드시 누군가가 전해야 하는데 두 나라의 君主가 다 같이 기뻐하고 다 같이 노여워할 말을 전하는 것은 천하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두 나라 군주를 모두 기쁘게 하려는 경우는 반드시 칭찬하는 말을 넘치게 하기 마련이고, 두 나라 군주를 모두 성내게 하려는 경우는 비난하는 말을 넘치게 하기 마련이다.

무릇 넘치게 하는 행위는 거짓이니, 거짓을 말하면 군주가 믿어주는 마음이 막연하고, 믿음이 막연해지면 말을 전한 사람이 화를 당한다.

그 때문에 法言에 이르기를 떳떳한 진실을 전할지언정 넘치는 말을 전하지 않으면 온전함에 가까울 것이다.’고 했다.

奇巧기교로 힘을 겨루는 경우에 처음에는 서로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다가 마침내는 서로 노여워하는 마음으로 끝나니, 노여워하는 감정이 극에 이르면 정도에 어긋난 기교까지 쓰게 된다.

예를 갖추어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처음에는 올바른 정신에서 시작하다가 항상 어지러워지는 것으로 끝나니 快樂쾌락을 추구하는 마음이 극에 이르면 괴상한 노래나 춤을 추게 된다.

모든 일이 그와 같아서 처음에는 좋은 마음에서 시작하다가 항상 끝에 가서는 비루함에 이르게 되며, 시작할 때에는 간단했던 일이 마칠 때에는 반드시 중대한 일이 되고 만다.”

말은 바람이 일으킨 물결처럼 일정한 모습이 없고 행동은 得失득실이 있다.

바람이 일으킨 물결은 쉽게 움직이고 득실은 쉽게 위태로워진다.

그 때문에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고 교묘한 말과 치우친 말 때문이다.

짐승이 죽을 때는 마구 짖어대서 숨소리가 거칠어지는데 이때에 거친 마음이 아울러 생긴다.

엄한 問責문책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어리석은 마음으로 대응해서 스스로 그런 줄 알지 못할 것이니, 만약 참으로 그런 줄 알지 못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알겠는가.

그 때문에 法言법언에 이르기를 군주의 명령을 멋대로 바꾸지 말며 억지로 이루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정도를 지나치면 넘치는 말이 된다.’고 했다.

명령을 바꾸고 억지로 이루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

일이 잘 이루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일이 한 번 잘못된 것은 미처 고칠 수 없으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사물의 자연스러움을 타고 마음을 자유롭게 노닐게 해서 어쩔 수 없음에 맡겨서 마음 속의 본성을 기르면 지극할 것이니 어찌 꾸며서 상대 군주에게 보고하겠는가.

초나라 군주의 명령대로 전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으니, 이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仲尼曰(중니왈)

공자가 (섭공자고에게) 말했다.

天下有大戒二(천하유대계이)

“세상에는 경계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 有大戒二 :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음.

곧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을 두 가지(命과 義)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는 뜻.

其一命也(기일명야) 其一義也(기일의야)

하나는 하늘의 명이요, 또 하나는 인간의 의리입니다.

● 其一義也 : 또 하나는 의리임.

義는 인간사회의 규범을 뜻한다. 一은 또 다른 하나라는 뜻.

子之愛親命也(자지애친명야) 不可解於心(불가해어심)

자식이 효도하는 것은 하늘의 명이니 잊어서는 안 됩니다.

● 子之愛親命也 :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天命임.

赤塚忠은 “命은 天命, 宿命의 뜻이니 인간의 자유로운 意志로는 변경할 수 없는 旣定의 必然性을 말한다.

즉 이 寓話는 父子관계나 孝를 숙명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父子의 道를 五倫의 第一로 삼는 儒家의 생각과 비슷하다(義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러나 儒家는 그것을 宿命보다는 自律的인 規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儒와 道의 相違点이 있다.”고 하였는데, 참고할 만한 설명이다.

● 不可解於心 : 마음 속에서 버려서는 안 됨.

解는 마음 속에 맺어[結] 두지 않고 풀어버린다는 뜻. 棄, 除去의 뜻.

臣之事君義也(신지사군의야)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리입니다

無適而非君也(무적이비군야)

세상에 임금이 다스리지 않는 곳이 없으니,

● 無適而非君也 : 어디에 간들 임금 없는 곳이 없음.

가는 곳마다 모두 임금이 있다는 뜻.

無所逃於天地之間(무소도어천지지간)

세상 어디에도 임금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 無所逃於天地之間 : 천지 사이에 도망갈 곳이 없음.

無所逃는 피할 곳이 없다는 뜻.

無所逃於天地之間에 대해 黃宗羲는 《明夷待訪錄》 〈原君〉편에서

“小儒들은 견식이 좁아서 君臣의 義는 天地 사이에 도망할 데가 없다

[君臣之義 無所逃於天地之間]고 여긴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守名論的 名分論者들이 君臣之分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데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莊子가 한 말로 이해하지 않고 小儒들의 말로 이해하고서 한 말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한 번 仲尼 곧 莊子의 이 말이 宿命의 뜻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是之謂大戒(시지위대계)

그러므로 이것들을 경계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 是之謂大戒 : 이것을 일러 大戒라 함.

陸西星(長庚)은 大戒를 大經大法이라고 풀이했다.

是以夫事其親者(시이부사기친자) 不擇地而安之(불택지이안지)

따라서 부모를 섬기는 자식은 어디에서나 부모를 편안하게 해드려야

●夫事其親者 不擇地而安之 : 어버이를 섬기는 자는 처지를 가리지 않고 어버이를 편안하게 해드림.

처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地位의 高下나 俸祿의 多寡를 따지지 않고 벼슬하여 부모를 봉양한다는 뜻이다.

成玄英은 “벼슬길에 오르고 봉록을 구할 때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登仕求祿 不擇高卑].”라고 풀이했다.

孝之至也(효지지야)

효도를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孝之至也 : 효의 지극함이다. 곧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라는 뜻.

夫事其君者(부사기군자) 不擇事而安之(불택사이안지)

그리고 임금을 섬기는 신하는 어떤 일이든지 임금을 안심하게 해드려야

● 夫事其君者 不擇事而安之 : 임금을 섬기는 자는 일을 가리지 않고 편안히 섬김.

곧 임금이 아무리 어려운 일을 시키더라도 따른다는 뜻.

忠之盛也(충지성야)

충성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忠之盛也 : 忠의 성대함이다. 지극한 忠信이라는 뜻.

自事其心者(자사기심자)

스스로 자기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 自事其心者 : 스스로 자기 마음을 섬기는 자.

成玄英은 ‘道를 추구하는 사람[爲道之士]’으로 풀이했다.

哀樂不易施乎前(애락불역시호전)

슬픔과 즐거움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 哀樂不易施(역이)乎前 :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감정이 닥친 처지나 해야 할 일 앞에서 바뀌거나 옮겨지지 않음.

표현상으로는 감정이 目前의 일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일의 성패로 인해 슬퍼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뜻.

곧 일의 성패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崔譔은 施를 移로 풀이했다.

知其不可奈何(지기불가내하) 而安之若命(이안지약명)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았을 때는

순순히 하늘의 명을 따르는 것이

● 知其不可奈何而安之若命 :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 마음을 편안히 하고 천명을 따름.

不可奈何는 어찌할 수 없다는 뜻. 若은 따른다[順]의 뜻.

成玄英은 安之若命을 “마음을 편안히 하고 천명을 따른다[安心順命].”라고 풀이했고,

林希逸도 若命을 順命으로 풀이했다.

德之至也(덕지지야)

덕을 다하는 것입니다.

● 德之至也 : 덕의 지극함이다. 지극한 덕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

爲人臣子者(위인신자자) 固有所不得已(고유소부득이)

신하된 사람이나 자식 된 사람이나 피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 固有所不得已 : 본디 그만둘 수 없는 바가 있음. 固는 본디.

行事之情(행사지정) 而忘其身(이망기신)

그럴 때는 일의 형편에 따라 행하되 자신의 안위는 잊어야 합니다.

● 行事之情 而忘其身 : 일의 실상과 부딪치고 자기를 잊음.

곧 최선을 다해 일을 수행하고 자신의 安危를 돌보지 않는다는 뜻.

何暇(하가) 至於悅生而惡死(지어열생이오사)

어찌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 何暇至於悅生而惡死 : 어느 겨를에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데에 이를 수 있겠는가.

자기 개인의 安危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뜻. 悅生惡死는 장자 사상의 中核의 하나이다.

〈齊物論〉편 제4장의 ‘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 등의 문장을 참조할 것.

夫子其行可矣(부자기행가의)

따라서 선생께서는 망설이지 말고 가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 夫子其行可矣 : 그대는 떠나는 것이 옳다.

 

자신의 안위를 念頭에 두지 않고 사신으로 떠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뜻.

 

Posted by 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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