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인간세 4장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산다. 無所可用 能若是之壽

장석이 제나라에 갈 때 曲轅곡원에 이르러 사에 심어진 상수리나무를 보았는데, 그 크기는 수천 마리의 소를 그늘에 가릴 수 있고, 둘레를 헤아려 보면 백 아름이나 되며, 높이는 산을 내려다 볼 정도여서 땅에서 열 길을 올라간 뒤에 비로소 가지가 뻗어 있었으며, 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거의 수십 척에 달할 정도였다.

나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마치 저잣거리처럼 많이 몰려와 있었는데 장석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길을 가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장석의 제자는 실컷 그 나무를 보고서 장석에게 황급히 달려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도끼를 잡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이래로 재목이 이토록 아름다운 나무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보려 하지도 않으시고 걸음을 멈추지 않고 떠나가시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장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만둬라.

그 나무에 대해 말하지 말아라.

쓸모없는 雜木잡목이다.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이나 곽을 만들면 빨리 썪고, 그릇을 만들면 빨리 부서지고, 대문이나 방문을 만들면 나무 진액이 흘러 나오고, 기둥을 만들면 좀벌레가 생기니 이 나무는 쓸모없는 나무이다.

쓸 만한 데가 없는지라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장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匠石장석이 돌아왔는데 사의 상수리나무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무엇에다 나를 비교하려 하는가?

그대는 나를 文木문목에 비교하려 하는가?

아가위나무, 배나무, 귤나무, 유자나무는 나무 열매와 풀 열매 따위의 과실이 익으면 사람들에게잡아 뜯기고, 잡아 뜯기게 되면 욕을 당하게 되어서,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겨지니, 이것은 그 잘난 능력으로 자신의 삶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天壽천수를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夭折요절해서 스스로 세속 사람들에게 타격을 받는 것들이니, 모든 사물이 이와 같지 않음이 없다.”

또한 나는 쓸 데가 없어지기를 추구해 온 지 오래되었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가 비로소 지금 그것을 얻었으니, 그것이 나의 큰 쓸모이다.

가령 내가 만약 쓸모가 있었더라면 이처럼 큰 나무가 될 수 있었겠는가?

또한 그대와 나는 모두 事物사물인데, 어찌하여 상대방을 事物로 대할 수 있겠는가?

그대도 거의 죽어가는 쓸모없는 사람이니 또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알 수 있겠는가?”

匠石장석이 꿈에서 깨어나 그 꿈의 吉凶길흉을 점치자 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의 뜻이 쓸모 없음을 취하는 데 있었다면 사의 神木신목이 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장석이 이렇게 대답했다.

!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저 상수리나무는 다만 몸을 에 기탁했을 따름이다.

저 나무는 네가 하는 말을 두고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자의 욕지거리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神木이 되지 않았다 한들 어찌 잘림이 있었을 것이겠는가.

또한 저 상수리나무는 마음 속에보존하고 있는 것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데 세속의 도리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또한 멀지 않은가.”

 

匠石이 之齊할새 至於曲轅하야 見櫟社樹한대 其大蔽數千牛하고 絜之百圍오 其高臨山하야 十仞而後에 有枝하고 其可以爲舟者 旁十數러니 (장석 지제 지어곡원 견력사수 기대폐수천우 혈지백원 기고임산 십인이후 유지 기가이위주자 방십수)
장석이 제齊나라에 갈 때 곡원曲轅에 이르러 사社에 심어진 상수리나무를 보았는데, 그 크기는 수천 마리의 소를 그늘에 가릴 수 있고, 둘레를 헤아려 보면 백 아름이나 되며, 높이는 산을 내려다 볼 정도여서 땅에서 열 길을 올라간 뒤에 비로소 가지가 뻗어 있었으며, 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거의 수십 척에 달할 정도였다.
櫟 상수리나무 력(역) 1.(상수리나무 력(역)) 2.상수리나무
蔽 덮을 폐 1. 덮다 2. 가리다 3. 총괄하다(總括--) 
隱蔽 은폐 가리어 숨김. 덮어 감춤
掩蔽 엄폐 ①보이지 않도록 가려서 숨김  ②또는, 그 물건(物件)
絜 헤아릴 혈 1. 헤아리다 2. 재다 3. 두르다, 묶다
臨 임할 림, 임할 임 1. 임하다(臨--: 어떤 사태나 일에 직면하다) 2. 내려다보다 3. 다스리다, 통치하다(統治--) 
臨時 임시 ①얼마 동안의 시간(時間)  ②본래(本來) 정(定)해져 있는 것이 아닌, 어떤 일에 당(當)하여 정(定)한 때  
仞 길 인 1. 길다 2. 재다 3. 깊다 4. 높다 5. 차다 6. 채우다 7. 알다 8. 길(길이의 단위)
千仞 천인 천 길이라는 뜻으로, 산이나 바다가 썩 높거나 깊은 것을 이르는 말
旁 곁 방 1. 곁, 옆 2. 널리, 두루 3. 도움, 보좌(補佐ㆍ輔佐) 4. 방(한자의 오른쪽) 5. 튼튼하고 힘이 센 모양 6. 기대다, 의지하다(依支--) 7. 왕래하다(往來--) 
旁觀 방관 상관(相關)하지 않고 곁에서 보기만 함

觀者如市하더라 匠伯이 不顧하고 遂行不輟이어늘 (관자여시 장백 불고 수행불철)
나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마치 저잣거리처럼 많이 몰려와 있었는데 장석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길을 가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輟 그칠 철 1. 그치다 2. 버리다 3. 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弟子厭觀之하고 走及匠石하야 曰 (제자염관지 주급장석 왈)
장석의 제자는 실컷 그 나무를 보고서 장석에게 황급히 달려가 이렇게 말했다.

自吾執斧斤하야 以隨夫子로 未嘗見材如此其美也어늘 (자오집부근 이수부자 미상견재여차기미야)
“제가 도끼를 잡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이래로 재목이 이토록 아름다운 나무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先生이 不肯視하시고 行不輟은 何邪잇고 (선생 부긍시 행불철 하야)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보려 하지도 않으시고 걸음을 멈추지 않고 떠나가시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曰 (왈)
장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已矣라 (이의)
“그만둬라.

勿言之矣하라 (물언지의)
그 나무에 대해 말하지 말아라.

散木也니라 (산목야)
쓸모없는 잡목雜木이다.
散木 : 쓸모없는 잡목. 

以爲舟則沈하고 以爲棺槨則速腐하고 以爲器則速毁하고 以爲門戶則液樠하고 以爲柱則蠹하나니 是不材之木也라 (이위주즉침 이위관곽즉속부 이위기즉속훼 이위문호즉액만 이위주즉두 시부재지목야)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棺이나 곽槨을 만들면 빨리 썪고, 그릇을 만들면 빨리 부서지고, 대문이나 방문을 만들면 나무 진액이 흘러 나오고, 기둥을 만들면 좀벌레가 생기니 이 나무는 쓸모없는 나무이다.
液 진 액 1. 진, 진액(津液) 2. 즙(汁) 
樠 송진 만 1. 송진 2. 흑단(黑檀: 감나뭇과의 상록 활엽 교목)
蠹 좀 두 1. 좀(좀과의 곤충) 2. 나무좀(나무좀과의 곤충) 3. 쐐기(불나방의 애벌레) 4. 좀먹다

無所可用이라 故로 能若是之壽하니라 (무소가용 고 능약시지수)
쓸 만한 데가 없는지라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장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匠石이 歸커늘 櫟社見夢하야 曰 (장석 귀 역사견몽 왈)
장석匠石이 돌아왔는데 사社의 상수리나무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女는 將惡乎에 比予哉오 (여 장오호 비여재)
“그대는 무엇에다 나를 비교하려 하는가?

若은 將比予於文木邪아 (약 장비여어문목야)
그대는 나를 문목文木에 비교하려 하는가?
若將比予於文木邪 : 그대는 나를 文木에 비교하려 하는가. 文木의 文은 紋理를 뜻하므로 나무조직이 치밀하여 좋은 재목으로 쓰이는 나무(方勇‧陸永品)를 의미하지만, 뒤의 柤‧梨‧橘‧柚가 모두 재목으로 쓰이는 나무가 아니라 有實樹이기 때문에 앞의 散木과 반대의 의미를 지니는 쓸모 있는 나무 정도로 풀이하는 것이 적절하다. 若은 2인칭. 予는 일인칭.

夫柤梨橘柚는 果蓏之屬이 實熟則剝하고 剝則辱하야 大枝는 折하고 小枝는 泄하나니 此以其能으로 苦其生者也라 (부사리귤유 과라지속 실숙즉박 박즉욕 대지 절 소지 예 차이기능 약기생자야)
아가위나무, 배나무, 귤나무, 유자나무는 나무 열매와 풀 열매 따위의 과실이 익으면 〈사람들에게〉 잡아 뜯기고, 잡아 뜯기게 되면 욕을 당하게 되어서,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겨지니, 이것은 그 잘난 능력으로 자신의 삶을 괴롭히는 것이다.
柤(사)梨橘柚 사리귤유 아가위나무, 배나무, 귤나무, 유자나무. 아가위나무는 앵두나무의 일종. 모두 쓸모 있는 有實樹이다.
果蓏之屬(과라지속) : 과실과 열매. 果는 나무에 열린 것이고, 라(蓏)는 땅에서 자라는 것(方勇‧陸永品).
實熟則剝(실숙즉박) : 과실이 익으면 〈사람들에게〉 잡아 뜯김. 박(剝)은 과실이 사람들에 의해 따지는 것을 뜻한다.
大枝折(대지절) 小枝泄(소지예) :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겨짐. 泄은 예(抴)로 잡아당겨져서 찢겨진다는 뜻(兪樾).
抴 끌 설, 끌 예 1. 끌다, 끌어당기다 2. 연결하다 3. 배의 키, 노

故로 不終其天年而中道夭하야 自掊擊於世俗者也니 物이 莫不若是하니라 (고 부종기천년이중도요 자부격어세속자야 물 막불약시)
그 때문에 천수天壽를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요절夭折해서 스스로 세속 사람들에게 타격을 받는 것들이니, 모든 사물이 이와 같지 않음이 없다.”
掊 그러모을 부 1.(그러모을 부) 2.그러모으다 3.거두다

且予는 求無所可用이 久矣어늘 幾死아 乃今에 得之하니 爲予의 大用이로다 (차야 구무소가용 구의 기사 내금 득지 위야 대용)
“또한 나는 쓸 데가 없어지기를 추구해 온 지 오래되었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가 비로소 지금 그것을 얻었으니, 그것이 나의 큰 쓸모이다.

使予也而有用이런들 且得有此大也邪아 (사여야이유용 차득유차대야야)
가령 내가 만약 쓸모가 있었더라면 이처럼 큰 나무가 될 수 있었겠는가?

且也若與予也 皆物也어니 奈何哉로 其相物也리오 (차야약여야야 개물야 내하재 기상물야)
또한 그대와 나는 모두 사물事物인데, 어찌하여 상대방을 사물事物로 대할 수 있겠는가?

而도 幾死之散人이어니 又惡知散木이리오 (이 시가지산인 우오지산목)
그대도 거의 죽어가는 쓸모없는 사람이니 또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알 수 있겠는가?”
匠石이 覺而診其夢한대 弟子曰 (장석 각이진기몽 제자왈)
장석匠石이 꿈에서 깨어나 그 꿈의 길흉吉凶을 점치자 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診 진찰할 진 1. 진찰하다(診察--) 2. 맥보다 3. 보다 4. 증험하다(證驗--: 실지로 사실을 경험하다) 5. 고하다(告--) 6. 증상(症狀)
診斷 진단 의사(醫師)가 환자(患者)를 진찰(診察)하여 병상을 판단(判斷)함
診療 진료 진찰(診察)과 치료(治療)

趣取無用인댄 則爲社는 何邪잇고 (취취무용 즉위사 하야)
“스스로의 뜻이 쓸모 없음을 취하는 데 있었다면 사社의 신목神木이 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趣取無用(취취무용) : 뜻이 쓸모없음을 취함. 趣는 志趣
志趣 지취 의지(意志)와 취향(趣向)
趣 뜻 취 1. 뜻 2. 취지(趣旨), 내용(內容) 3. 풍취(風趣), 멋, 자태(姿態)
爲社何邪(위사하야) : 社의 神木이 된 것은 무슨 까닭인가? 社에 심어진 신목이 된 것도 일종의 有用性이 아니냐는 반문. 爲社는 爲社之樹의 줄임. 야(邪)는 의문사
曰 (왈)
장석이 이렇게 대답했다.

密 (밀)
“쉿!

若無言하라 (약무언)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彼亦直寄焉이어늘 (피약직기언)
저 상수리나무는 다만 몸을 사社에 기탁했을 따름이다.
寄 부칠 기 1. 부치다, 보내다 2.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到達--) 3. 맡기다, 위임하다(委任--) 4. 기대다, 의지하다(依支--) 
寄與 기여 ①(사회(社會)나 단체(團體)에, 또는 거기서 이뤄지는 어떤 일에)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는 것. 이바지  ②보내어 줌
寄贈 기증 ①금품(金品)이나 물품(物品) 등(等)을 타인(他人)에게 줌  ②선사(膳賜)하는 물건(物件)을 보내 줌

以爲不知己者의 詬厲也로다 (이위부지기자 구려야)
〈저 나무는 네가 하는 말을 두고〉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자의 욕지거리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詬 꾸짖을 구, 꾸짖을 후 1. 꾸짖다 2. 욕보이다(辱---) 3. 욕하다(辱--), 매도하다(罵倒--) 4. 성내다, 노하다(怒--) 5. 부끄러움 6. 교묘(巧妙)히 꾸며대는 말 7. 치욕(恥辱) a. 꾸짖다 (후) b. 욕보이다(辱---) 
厲 갈 려,갈 여 1. 갈다(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하여 다른 물건에 대고 문지르다) 2. 괴롭다 3. 힘쓰다
詬厲 구려 욕지거리와 비난. 詬는 욕지거리[辱], 厲는 헐뜯음, 비난[病]

不爲社者인들 且幾有翦乎아 (불위사자 차기유전호)
사社의 신목神木이 되지 않았다 한들 어찌 잘림이 있었을 것이겠는가.
翦 자를 전 1. 자르다 2. 끊다, 베다 3. 깎다 4. 멸망시키다(滅亡---) 5. 제거하다(除去--), 없애다 6. 가위

且也彼其所保與衆으로 異어늘 而以義譽之면 不亦遠乎아 (차야피기소보여중 이 이이의예지 불역원호)
또한 저 상수리나무는 〈마음 속에〉 보존하고 있는 것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데 세속의 도리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또한 멀지 않은가.”
以義譽之 不亦遠乎(이의예지 부역원호) : 세속의 도리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또한 멀지 않은가. 義는 인간 사회의 規範. 예(譽)는 반드시 칭찬한다는 뜻보다는 평가한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것이 문맥상 적절하다. 인간 사회의 기준으로 상수리나무의 태도를 曰可曰否하는 것은 참다운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Posted by 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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