虞氏우씨가 인의를 내세워 천하를 어지럽힌 때부터 천하 사람들이 인의로 달려가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이것이 인의로 본성을 바꾼 것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시험 삼아 이렇게 말해 본다.
삼대 이후로 천하 사람들이 外物외물로 자기 본성을 바꾸지 않은 이가 없었다.
小人소인은 자기 몸을 利益이익에 바쳤고 士人사인은 자기 몸을 名譽명예에 바쳤고 大夫대부는 자기 몸을 家가에 바쳤고 聖人성인은 자기 몸을 천하에 바쳤다.
그 때문에 이 몇 사람들의 사업이 동등하지 않고 명성이 호칭을 달리하지만 자기 본성을 해쳐서 자기 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臧장과 穀곡 두 사람이 함께 양을 치다가 모두 양을 잃어버렸다.
장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채찍을 옆구리에 끼고 글을 읽고 있었다 하고, 곡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 두 사람은 하고 있던 일이 같지는 않지만 양을 잃어버린 것은 마찬가지이다.
伯夷백이는 首陽山수양산 아래에서 명예를 위해 죽었고 盜跖도척은 東陵山동릉산 위에서 이익을 탐하다가 죽었다.
이 두 사람이 목숨을 바친 목적은 같지 않으나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킨 것은 마찬가지이다.
어찌 꼭 백이를 옳다 하고 도척을 그르다 하겠는가.
천하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바친다.
그런데 그가 따라 죽은 것이 仁義인의이면 세속 사람들이 君子군자라고 일컫고 그가 따라 죽은 것이 財物재물이면 세속 사람들이 소인이라고 일컬으니 따라 죽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 가운데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으니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킴에 이르러서는 도척이 또한 백이와 같을 뿐인데 또 어찌 그 사이에서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가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