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堯요는 저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반드시 몸소 仁義인의를 실천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명하게 말하라’고 했습니다.”
허유가 말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에게 왔는가?
堯요라는 사람은 이미 仁義인의를 가지고 그대의 이마에 먹물을 새겨 넣었고, 옳고 그름을 가지고 그대의 코를 베어버렸으니, 그대가 장차 어떻게 제멋대로 소요하면서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自由自在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도의 세계에 노닐 수 있겠는가?”
意而子의이자가 말했다.
“비록 그렇지만 저는 그 울타리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자 합니다.”
許由허유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눈이 어두운 사람은 눈썹과 눈과 얼굴빛의 아름다움에 관여할 수 없으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청색과 황색 그리고 흰색과 검은색의 무늬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구경거리에 관여할 수 없다.”
意而子의이자가 말했다.
“無莊무장이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것과, 據梁거량이 힘을 잃어버린 것과, 黃帝황제가 지식을 잊어버린 것은 모두 조물자의 조화에 달려 있었을 뿐입니다.
어찌 조화자가 저에게 새겨진 먹물을 지우고 베인 코를 다시 붙여서 저로 하여금 온전한 몸을 갖추어서 선생을 따르게 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허유가 말했다.
“아!
그건 알 수 없구나.
그렇다면 내 그대를 위해서 道의 세계에 노니는 대략을 말해 주겠다.
나의 스승이여!
나의 스승이여!
만물을 자잘하게 부수어 만들어 내고서도 의로운 체하지 아니하며, 恩澤은택이 萬世만세에 미쳐도 仁厚인후한 체하지 아니하며, 아주 오랜 옛날보다도 더 오래되었으면서도 늙은 체하지 아니하며, 하늘을 덮고 땅을 싣고 있으며 온갖 형태를 다 조각하고서도 기술이 뛰어난 체하지 않으니, 이것이 자네가 노닐 道의 세계이다.”
意而子 見許由한대 許由曰 (의이자 견허유 허유왈)
意而子(의이자)가 許由(허유)를 만났는데 허유가 말했다.
堯는 何以資汝오 (요 하이자여)
“堯(요)는 무엇을 그대에게 가르쳐 주던가?”
意而子曰 (의이자왈)
의이자가 말했다.
堯謂我하사대 汝必躬服仁義而明言是非라하더시다 (요위아 여필궁복인의이명언시비)
“堯는 저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반드시 몸소 仁義를 실천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명하게 말하라’고 했습니다.”
躬 몸 궁 1.몸, 신체(身體) 2.자기(自己), 자신(自身) 3. 팔, 팔뚝
躬服 궁복 몸소 실천하다.
實踐躬行 실천궁행 실제(實際)로 몸소 이행(履行)함.
許由曰 (허유왈)
허유가 말했다.
而는 奚來爲軹오 (이 해래위지)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에게 왔는가?
軹 굴대 끝 지 1. 굴대 끝 2.두 갈래 3.어조사(語助辭)
夫堯는 旣已黥汝以仁義하며 而劓汝以是非矣로소니 汝는 將何以遊夫遙蕩恣睢轉徙之塗乎오 (부요 기이경여이인의 이의여이시비의 여 장하이유부요탕차휴전사지도호)
堯라는 사람은 이미 仁義를 가지고 그대의 이마에 먹물을 새겨 넣었고, 옳고 그름을 가지고 그대의 코를 베어버렸으니, 그대가 장차 어떻게 제멋대로 소요하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自由自在로 변화하는 도의 세계에 노닐 수 있겠는가?”
黥 자자할 경 1.자자하다(刺字--: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던 벌) 2.묵형하다(墨刑--) 3.묵형(墨刑: 죄인의 이마나 팔뚝 따위에 먹줄로 죄명을 써 넣던 형벌)
만물을 자잘하게 부수어 만들어 내고서도 의로운 체하지 아니하며, 恩澤이 萬世에 미쳐도 仁厚한 체하지 아니하며, 아주 오랜 옛날보다도 더 오래되었으면서도 늙은 체하지 아니하며, 하늘을 덮고 땅을 싣고 있으며 온갖 형태를 다 조각하고서도 기술이 뛰어난 체하지 않으니, 이것이 자네가 노닐 道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