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胠篋 거협 2장 도둑질하는 데도 도가 있습니까
시험 삼아 이에 대해 따져 보고자 한다.
세속에서 이른바 최고의 지혜라고 하는 것이 큰 도둑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 있으며 이른바 지고의 성인이 큰 도둑을 위해 지켜 주지 않은 것이 있는가.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옛적에 關龍逢(관롱봉)은 〈桀王(걸왕)에게 간하다가〉 斬殺(참살)되었고, 比干(비간)은 〈紂王(주왕)에게 간하다가〉 가슴을 찢겨 죽음을 당했으며, 萇弘(장홍)은 〈靈王(령왕)에게 간하다가〉 창자가 끊겨 죽음을 당했으며, 伍子胥(오자서)는 〈夫差(부차)에게 간하다가〉 시신이 물속에서 썩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네 사람의 현명함으로도 몸이 刑戮(형륙)을 면치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盜跖(도척)의 무리 중 한 사람이 도척에게 이렇게 물었다.
“도둑질하는 데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짐작할 줄 아는 것이 聖(성)이고, 도둑질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勇(용)이고, 맨 뒤에 나오는 것이 義(의)이고, 도둑질이 가능할지 여부를 미리 아는 것이 知(지)이고, 도둑질한 물건을 고루 분배하는 것이 仁(인)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자는 천하에 아직 없다.”
이로 말미암아 살펴보건대 착한 사람이 聖人(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善(선)을 이룰 수 없지만 도척 같은 도둑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도둑질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천하에는 착한 사람이 적고 착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 성인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은 적고 천하를 해롭게 하는 것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것처럼 魯(노)나라에서 담근 술이 시원찮자 趙(조)나라의 邯鄲(감단)이 포위되고 성인이 나타나자 큰 도둑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인을 배격하고 도둑들을 내버려 두어야 천하가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비고, 언덕이 무너지면 깊은 연못이 메워진다.
성인이 죽고 나면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아서 천하가 다스려져서 변고가 없게 될 것이다.
嘗試論之(상시논지)하노라
世俗之所謂至知者(세속지소위지지자)는 有不爲大盜積者乎(유불위대도적자호)아 所謂至聖者(소위지성자)는 有不爲大盜守者乎(유불위대도수자호)아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오
昔者(석자)에 龍逢(용봉)이 斬(참)하며 比干(비간)이 剖(부)하며 萇弘(장홍)이 胣(이)하며 子胥(자서) 靡(미)하니
故(고)로 四子之賢(사자지현)으로도 而身不免乎戮(이신불면호륙)하니라
故(고)로 跖之徒(척지도) 問於跖(문어척)하야 曰(왈)
盜亦有道乎(도역유도호)아
跖曰(척왈)
何適而無有道邪(하적이무유도사)리오
夫妄意室中之藏(부망의실중지장)이 聖也(성야)요 入先(입선)이 勇也(용야)요 出後(출후) 義也(의야)요 知可否(지가부) 知也(지야)요 分均(분균)이 仁也(인야)라
五者(오자) 不備而能成大盜者(불비이능성대도자) 天下未之有也(천하미지유야)라하니
由是(유시)로 觀之(관지)컨댄 善人(선인)이 不得聖人之道(불득성인지도)하야 不立(불입)하리며 跖(척)도 不得聖人之道(불득성인지도)하야 不行(불행)하리라
天下之善人(천하지선인)이 少(소)하고 而不善人(이불선인)이 多(다)하니 則聖人之利天下也(칙성인지리천하야) 少(소)하고 而害天下也多(이해천하야다)하도다
故(고)로 曰(왈) 脣竭則齒寒(순갈칙치한)하고 魯酒薄而邯鄲圍(노주박이감단위)라하고 聖人生而大盜起(성인생이대도기)하니
掊擊聖人(부격성인)하며 縱舍盜賊(종사도적)하야서 而天下(이천하) 始治矣(시치의)리라
夫川竭而谷虛(부천갈이곡허)하고 丘夷而淵實(구이이연실)하나니
聖人(성인)이 已死(이사)하면 則大盜不起(칙대도부기)하야 天下平而無故矣(천하평이무고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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