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胠篋 거협 3장  바람은 대나무 숲을 지나는 데 걸림이 없다

 

聖人(성인)不死(불사)하면 大盜(대도) 不止(부지)하리니

雖重聖人(수중성인)하야 而治天下(이치천하)하야도 則是重利盜跖也(칙시중리도척야)니라

爲之斗斛以量之(위지두곡이량지)인댄 則竝與斗斛而竊之(칙병여두곡이절지)하고 爲之權衡以稱之(위지권형이칭지)인댄 則竝與權衡而竊之(칙병여권형이절지)하고 爲之符璽以信之(위지부새이신지)인댄 則竝與符璽而竊之(칙병여부새이절지)하고 爲之仁義以矯之(위지인의이교지)인댄 則竝與仁義而竊之(칙병여인의이절지)하나니

何以知其然邪(하이지기연사)

彼竊鉤者(피절구자)()호대 竊國者(절국자)爲諸侯(위제후)하나니

諸侯之門(제후지문)而仁義存焉(이인의존언)하니 則是非竊仁義聖知邪(칙시비절인의성지사)

()逐於大盜(축어대도)하고 揭諸侯(게제후)하야 竊仁義(절인의)하고 竝斗斛權衡符璽之利者(병두곡권형부새지리자)雖有軒冕之賞(수유헌면지상)하야도 弗能勸(불능권)하며 斧鉞之威(부월지위)라도 弗能禁(불능금)하나니

()重利盜跖(중리도척)하야 而使不可禁者(이사부가금자)是乃聖人之過也(시내성인지과야)니라

故曰(고왈) ()不可脫於淵(부가탈어연)이오 國之利器(국지리기)不可以示人(부가이시인)이니라

彼聖人者(피성인자)天下之利器也(천하지리기야)非所以明天下也(비소이명천하야)니라

()絶聖棄知(절성기지)하여야 大盜(대도) 乃止(내지)하며 擿玉毁珠(적옥훼주)하여야 小盜(소도) 不起(부기)하며 焚符破璽(분부파새)하여야 而民朴鄙(이민박비)하며 掊斗折衡(부두절형)하여야 而民(이민)不爭(부쟁)하며 殫殘天下之聖法(탄잔천하지성법)하여야 而民始可與論議(이민시가여논의)하리라

擢亂六律(탁난륙률)하며 鑠絶竽瑟(삭절우슬)하고 塞瞽曠之耳(새고광지이)하여야 而天下(이천하)始人含其聰矣(시인함기총의)리며 滅文章(멸문장)하며 散五采(산오채)하고 膠離朱之目(교리주지목)하여야 而天下(이천하)始人含其明矣(시인함기명의)리며 毁絶鉤繩(훼절구승)하며 而棄規矩(이기규구) 攦工倕之指(려공수지지)하여야 而天下(이천하)始人有其巧矣(시인유기교의)리라

()() 大巧若拙(대교야졸)이라하니라

削曾史之行(삭증사지항)하며 鉗楊墨之口(겸양묵지구)하고 攘棄仁義(양기인의) 而天下之德(이천하지덕)始玄同矣(시현동의)리라

彼人含其明(피인함기명) 則天下(칙천하) 不鑠矣(부삭의)人含其聰(인함기총) 則天下(칙천하) 不累矣(부누의)人含其知(인함기지) 則天下不惑矣(칙천하부혹의)人含其德(인함기덕) 則天下不僻矣(칙천하부벽의)리니

彼曾史(피증사)楊墨(양묵)師曠(사광)工倕(공수)離朱(리주)皆外立其德(개외립기덕) 而以爚亂天下者也(이이약난천하자야)

法之所無用也(법지소무용야)니라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성인이 거듭 나타나 천하를 다스린다 해도 이는 盜跖(도척) 같은 도둑을 거듭 이롭게 해 주는 일일 뿐이다.

성인이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됫박을 만들어 곡식의 양을 헤아리면 도둑은 됫박까지 아울러 훔치고, 저울을 만들어 무게를 재면 저울까지 아울러 훔치고, 符璽(부새)를 만들어 신표로 삼으면 부새까지 아울러 훔치고, 인의를 만들어 바로잡으려 하면 인의까지 아울러 훔친다.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혁대 고리를 훔친 자는 죽임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제후들의 문에는 인의가 있으니 그렇다면 仁義(인의)聖知(성지)까지 훔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큰 도둑이라는 惡名(아명)을 떨쳐 버리고 제후라는 이름을 내세워 인의를 훔치고 됫박과 저울, 부새의 이로움까지도 아울러 훔치는 자들이란 높은 관직으로 보상을 해 줘도 선을 권장할 수 없고 도끼의 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도둑질을 금지할 수 없다.

이는 도척 같은 도둑을 거듭 이롭게 해서 금지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성인의 잘못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깊은 물 속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고 나라의 이로운 기물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성인이라는 존재는 천하를 다스리는 利器(이기)인지라 천하에 밝게 드러낼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를 끊어 버려야 큰 도둑이 그칠 것이며, 보옥을 던져 버리고 구슬을 부숴 버려야 작은 도둑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부새를 깨 버려야 백성들이 소박함을 회복하며, 됫박을 부수고 저울을 분질러 버려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을 것이며, 천하의 聖法(성법)을 없애 버려야 백성들이 비로소 의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六律(륙률)의 가락을 흩뜨려 버리고 악기를 태워 버리고 師曠(사광)의 귀를 막아 버려야만 천하에 비로소 사람들이 밝은 귀를 간직하게 될 것이며, 화려한 무늬를 없애고 다섯 가지 채색을 흩어 버리고 離朱(리주)의 눈을 갖풀로 붙여 버려야만 비로소 천하 사람들이 밝은 눈을 간직하게 될 것이며, 갈고리를 부수고 먹줄을 끊어 버리고 그림쇠와 곱자를 버리고 工倕(공수)의 손가락을 꺾어 버려야만 비로소 천하 사람들이 기술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큰 기술은 마치 졸렬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曾參(증삼)史鰌(사추)의 행실을 깎아 버리고 楊朱(양주)墨翟(묵적)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인의를 물리쳐 버리면 천하의 덕이 비로소 하나가 될 것이다.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밝은 눈을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녹아 버리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밝은 귀를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얽매이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지혜를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미혹되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덕을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치우치지 않게 될 것이다.

저 증삼과 사추, 양주와 묵적, 사광과 공수, 이주 같은 자들은 모두 밖으로 자신의 덕을 세워서 천하를 어지럽히는 자들이다.

참다운 규범으로서는 하나도 쓸모가 없는 존재들이다.

 

Posted by 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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