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在宥 재유 1장 

 

천하를 있는 그대로 놓아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천하를 있는 그대로 두는 까닭은 천하 사람들이 ()()作爲(작위)때문에타고난 本性(본성)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고, 놓아두는 까닭은 천하 사람들이 타고난 덕을 바꿀까 염려해서이다.

천하 사람들이 자기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고 자신의 덕을 바꾸지 않는다면 따로 특별히천하를 다스릴 일이 있겠는가.

옛날 ()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기뻐하면서 자신의 본성을 작위적으로 즐기게 했으니 이는 편안하게 한 것이 아니고, ()이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고달프게 자신의 본성을 괴롭히게 했으니 이는 즐겁게 한 것이 아니다.

편안하지 않고 즐겁게 하지 못한 것은 타고난 덕이 아닌데 타고난 덕이 아니고서 장구할 수 있는 경우는 천하에 하나도 없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기뻐하면 자연계의 陽氣(양기)가 손상되고 지나치게 화를 내면 자연계의 陰氣(음기)가 손상되는데 陰陽(음양)이 모두 손상되면 사계절이 제때에 이르지 않으며 자연계의 춥고 더운 계절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리어 사람의 몸을 손상하게 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뻐하고 노여워함에 마땅함을 잃어버리게 하고 거처함에 일정함이 없게 하고 생각함에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게 하고 중용의 도리를 아름답게 이루지 못하게 하니 이렇게 되자 천하 사람들이 비로소 거만한 태도로 남을 나무라고 사람들에게 사납게 굴게 되었으니 이렇게 된 뒤에 盜跖(도척)이나 曾參(증삼), 史鰌(사추)와 같은 자들의 행위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온 천하의 재물을 다 동원하여 잘하는 이에게 상을 주어도 다 상 주기에부족하며 온 천하의 형벌을 다 동원해서 악한 자들을 처벌해도 다 처벌하기에부족하다.

이처럼 천하의 광대함으로도 상 주고 벌 주기에 부족한데도 삼대 이후의 위정자들은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끝내 상벌을 일삼으니 저들이 어느 겨를에 타고난 性命(성명)의 자연스런 實情(실정)에 마음 편안히 머물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눈 밝은 것을 좋아한다면 이는 아름다운 색깔을 耽溺(탐닉)하는 것이고, 귀 밝은 것을 좋아한다면 이는 아름다운 소리를 탐닉하는 것이고, ()을 좋아한다면 이는 사람이 본래 타고난 ()을 어지럽히는 것이고, ()를 좋아한다면 이는 자연의 조리를 어기는 것이고, ()를 좋아한다면 이는 技巧(기교)助長(조장)하는 것이고, 악을 좋아한다면 이는 넘침을 조장하는 것이고, 성인을 좋아한다면 이는 재주를 조장하는 것이고, 지식을 좋아한다면 이는 헐뜯음을 조장하는 것이다.

천하 사람들이 타고난 性命(성명)의 실정을 편안히 누릴 수 있다면 이 여덟 가지(()()()()()()()())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그러나 천하 사람들이 타고난 성명의 정을 편안히 누리지 못한다면 이 여덟 가지는 비로소 서로 얽히고설켜서 번거롭게 흔들어 대며 천하를 어지럽힐 것이다.

그런데도 천하 사람들은 마침내 그것을 높이고 애석히 여기니 천하 사람들의 미혹됨이 심하다.

어찌 지나다 들러 보기만 하고 그냥 떠나가겠는가.

들러 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쳐 가 버리면 그래도 괜찮은데마침내 재계하여 그것을 말하고, 꿇어앉아 그것을 위정자들에게올리고, 북 치며 노래하며 춤을 추면서 찬양하니 내가 이것을 어찌하겠는가.

그 때문에 君子(군자)가 어쩔 수 없이 천하를 다스리게 되면 無爲(무위)보다 나은 것이 없다.

무위한 뒤에야 타고난 性命(성명)의 정을 편안히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 몸을 천하를 돌보는 것보다 중시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으며 자기 몸을 천하를 돌보는 것보다 아끼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

그 때문에 군자가 자신의 五藏(오장)을 해부하지 않고 자기의 총명을 끄집어내지 않을 수 있다면 직무를 放棄(방기)하고 가만히 있어도 용처럼 자유롭게 출현할 수 있을 것이며 깊은 물처럼 침묵하고 있어도 우레처럼 커다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며 정신이 움직이면 천지가 따라서 조용히 아무 하는 일이 없어도 만물이 저절로 생육될 것이니 내 어느 겨를에 천하를 다스리겠는가.

 

聞在宥天下(문재유천하) 不聞治天下也(불문치천하야)케라

在之也者(재지야자) 恐天下之淫其性也(공천하지음기성야) 宥之也者(유지야자) 恐天下之遷其德也(공천하지천기덕야)니라

天下不淫其性(천하불음기성)하며 不遷其德(불천기덕)이면 有治天下者哉(유치천하자재)

昔堯之治天下也(석요지치천하야) 使天下(사천하) 欣欣焉(흔흔언) 人樂其性(인낙기성)케하니 () 不恬也(불념야) 桀之治天下也(걸지치천하야) 使天下(사천하) 瘁瘁焉人苦其性(췌췌언인고기성)케하니 () 不愉也(불유야)

夫不恬不愉(부불념불유) 非德也(비덕야) 非德也(비덕야) 而可長久者(이가장구자) 天下(천하) 無之(무지)하니라

人大喜邪(인대희사)에는 毗於陽(비어양)하고 大怒邪(대노사)에는 毗於陰(비어음)하나니 陰陽(음양) 竝毗(병비)하면 四時(사시) 不至(불지)하며 寒暑之和(한서지화) 不成(불성)하야 其反傷人之形乎(기반상인지형호)인저

使人(사인)으로 喜怒(희노) 失位(실위)하며 居處(거처) 無常(무상)하며 思慮(사려) 不自得(부자득)하며 中道(중도) 不成章(부성장)하야 於是乎(어시호) 天下(천하) 始喬詰卓鷙(시교힐탁지) 而後(이후)에야 有盜跖曾史之行(유도척증사지항)하나니

() 擧天下(거천하)하야 以賞其善者(이상기선자)하야도 不足(부족)하며 擧天下(거천하)하야 以罰其惡者(이벌기아자)하야도 不給(부급)하니

() 天下之大(천하지대)로도 不足以賞罰(부족이상벌)이어늘 自三代以下者(자삼대이하자) 匈匈焉終以賞罰(흉흉언종이상벌) 爲事(위사)하나니 () 何暇(하가) 安其性命之情哉(안기성명지정재)리오

而且說明邪(이차설명사)인댄 () 淫於色也(음어색야) 說聰邪(설총사)인댄 () 淫於聲也(음어성야) 說仁邪(설인사)인댄 () 亂於德也(난어덕야) 說義邪(설의사)인댄 () 悖於理也(패어이야) 說禮邪(설례사)인댄 是相於技也(시상어기야) 說樂邪(설낙사)인댄 是相於淫也(시상어음야) 說聖邪(설성사)인댄 是相於藝也(시상어예야) 說知邪(설지사)인댄 是相於疵也(시상어자야)니라

天下(천하) 將安其性命之情(장안기성명지정)인댄 之八者(지팔자) ()이라도 可也(가야) ()라도 可也(가야)

天下(천하) 將不安其性命之情(장부안기성명지정)인댄 之八者(지팔자) 乃始臠卷獊囊而亂天下也(내시련권창낭이난천하야)이어늘

而天下乃始尊之惜之(이천하내시존지석지)하나니 甚矣(심의) 天下之惑也(천하지혹야)

豈直過也而去之邪(개직과야이거지사)리오

乃齊戒以言之(내제계이언지)하며 跪坐以進之(궤좌이진지)하며 鼓歌以儛之(고가이무지)하나니 吾若是何哉(오야시하재)

() 君子(군자) 不得已而臨莅天下(부득이이림리천하)인댄 莫若無爲(막야무위)

無爲也而後(무위야이후)에야 安其性命之情(안기성명지정)하리라

() 貴以身於爲天下(귀이신어위천하) 則可以託天下(칙가이탁천하)하리며 愛以身於爲天下(애이신어위천하) 則可以寄天下(칙가이기천하)리라

() 君子(군자) 苟能無解其五藏(구능무해기오장)하며 無擢其聰明(무탁기총명)하면 尸居而龍見(시거이롱견)하며 淵黙而雷聲(연묵이뇌성)하며 神動而天隨(신동이천수)하야 從容無爲(종용무위) 而萬物(이만물) 炊累焉(취누언)하리니 () 又何暇(우하가) 治天下哉(치천하재)리오

 

 

 

 

 

Posted by 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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