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느끼는 것은 천국과 지옥이다. 채근담후편 106~110
106. 山居,胸次淸洒,觸物皆有佳思。
산거, 흉차청쇄, 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想,遇石澗流泉,而動澡雪之思,
견고운야학, 이기초절지상, 우석간류천,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侶沙鷗麋鹿,而機心頓忘。
무로회한매, 이경절정립, 여사구마록, 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寰,無論物不相關,卽此身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 무론물불상관, 즉차신역속췌류의.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 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랫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 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107. 興逐時來,芳草中,撤履閑行,野鳥,忘機時作伴。
흥축시래, 방초중, 철리한행, 야조, 망기시작반.
景與心會,落花下,披襟兀坐,白雲,無語漫相留。
경여심회, 낙화하, 피금올좌, 백운, 무어만상류.
흥이 때를 따라 일어나
아름다운 풀밭 사이를
맨발로 한가로이 거니로라면
들새도 마음놓고 때때로 벗이 되고,
경치가 마음에 들어
떨어지는 꽃 아래
옷깃을 헤치고 우두커니 앉으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한가롭게 머무네.
108. 人生福境禍區,皆念想造成。
인생복경화구, 개념상조성.
故釋氏云,利欲熾然,卽是火坑。貪愛沈溺,便爲苦海。
고석씨운 이욕치연, 즉시화갱, 탐애침닉, 변위고해.
一念淸淨,熱焰成池。一念警覺,船登彼岸。
일념청정, 열염성지, 일념경각, 선등피안.
念頭稍異,境界頓殊,可不愼哉?
염두초이, 경계돈수, 가불신재
인생의 화복은
모두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석가가 말하기를 ‘욕심이 불길같이 타오르면
이것이 곧 불구덩이 이고,
탐욕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로되
한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세찬 불길이 연못이 되고,
한 생각을 깨달으면 배는 저 언덕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렇듯 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는 법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109. 繩鋸木斷,水滴石穿。學道者,須加力索。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 수가력색.
水到渠成,瓜熟蒂落。得道者,一任天機。
수도거성, 과열체락. 득도자, 일임천기.
새끼줄로 톱질하여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더욱 힘써 구하여야 한다.
물이 모이면 시냇물을 이루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하늘의 작용에 내맡겨야 하느니라.
110. 機息時,便有月到風來,不必苦海人世。
기식시, 변유월도풍래, 불필고해인세.
心遠處,自無車塵馬迹,何須痼疾丘山?
심원처, 자무차진마적, 하수고질구산.
마음의 작용을 잠재우면
문득 달 뜨고 바람도 불어오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찍한 곳에 있으면
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자연을 그리워함이 병될 것까지야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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