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덕충부 2장 더러운 거울은 밝게 비추지 못한다. 鑑明則塵垢不止(감명칙진구불지) 止則不明也(지칙불명야)
申徒嘉신도가는 형벌로 절름발이인데 정나라 子産자산과 함께 伯昏無人백혼무인을 스승으로 모셨다.
〈나란히 걷는 것이 싫어서〉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다.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겠네.”
그 다음날에 또 같은 집에 모여 자리를 함께하고 앉아 있었는데,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다.
“〈어제〉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내가 나가려 하니, 자네가 남아 있어 주겠는가?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겠는가?
또 자네는 執政者집정자를 보고도 피하지 않으니, 자네가 집정자와 같은 신분인가?”
신도가가 말했다.
“선생님의 문하에서도 참으로 이와 같이 집정자니 뭐니 하는 구분이 있는가?
자네는 바로 자신의 권력을 믿고 남을 함부로 업신여기는 사람이다.
내가 듣건대, ‘거울이 깨끗하면 티끌이나 때가 붙지 않는다.
티끌이나 때가 붙으면 그 거울은 밝게 비추지지 못한다.’라고 하니 오랫동안 현인과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
지금 자네가 큰 道를 배우겠다고 모시는 사람은 바로 선생님인데, 아직도 이와 같이 말을 하니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자산이 말했다.
“자네가 이미 이와 같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堯요임금과 더불어 善선을 다투려 드니, 자네의 德덕을 헤아려 본다면 〈그런 말을 해서 좋은지 나쁜지를 충분히〉 스스로 반성할 수 있지 않은가.”
신도가가 말했다.
“〈자기의 잘못으로 발 잘리는 형벌에 처해지고서도〉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의 말을 꾸며 대어 발이 잘려 없어지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고, 〈잘못을 인정하여〉 자신의 잘못을 꾸며대지 않고서 발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적다.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서 마치 운명처럼 그것을 편안히 여기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羿예가 활쏘는 射程圈사정권 안에서 놀면, 그 과녁의 한가운데는 화살이 적중하는 자리이다.
그런데도 화살에 맞지 않는 것은 운명이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온전한 발을 가지고 온전치 못한 내 발을 비웃는 자들이 많다.
그때 나는 발끈하고 성을 내다가도 선생님이 계신 곳에만 가면 깡그리 잊어버리고 본래의 평정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니, 선생님께서 훌륭한 道로 나를 인도해주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깨우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선생님과 노닌 지 19년이 되었는데, 한번도 내가 절름발이임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나와 육체의 내면에서 交遊교유하고 있는데도, 그대는 나를 육체의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 찾고 있으니, 또한 잘못이 아닌가?”
자산이 깜짝 놀라면서 얼굴색을 바꾸고 태도를 고치고서 말했다.
“자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네.”
申徒嘉(신도가) : 신도가는
兀者也(올자야) : 형벌로 발 하나가 잘린 사람인데
而與鄭子産同師於伯昏无人(이여정자산동사어백혼무인) :
정나라의 대신인 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삼고 배우고 있었다
子産謂申徒嘉曰(자산위신도가왈) : 자산이 병신과 함께 다니는 것이 싫어서 신도가에게 말했다
我先出則子止(아선출칙자지) :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 남아 있고
子先出則我止(자선출칙아지) : 자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을 테니’
其明日(기명일) : 그 다음날
又與合堂同席而坐(우여합당동석이좌) : 두 사람은 다시 한 집에서 만나 한 자리에 앉았다
子産謂申徒嘉曰(자산위신도가왈) : 자산이 신도가에게 또 말했다
我先出則子止(아선출칙자지) :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게
子先出則我止(자선출칙아지) :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을 테니
今我將出(금아장출) : 지금 내가 나가려는데
子可以止乎(자가이지호) : 자네는 남아 있어 주겠나
其未邪(기미사) : 아니면 못하겠나
且子見執政而不違(차자견집정이불위) : 그런데 자네는 대신을 보고도 공손히 피하려 하지 않거든
子齊執政乎(자제집정호) : 그래 자네가 대신과 동등하다는 것인가’
申徒嘉曰(신도가왈) : 신도가가 대답했다 ‘
先生之門(선생지문) : 선생님의 문하에
固有執政焉如此哉(고유집정언여차재) : 본래 대신이라는 구별 따위가 있었던가
子而悅子之執政而後人者也(자이열자지집정이후인자야) :
자네는 자기가 대신이라는 것을 좋아해서 그 때문에 남을 깔보고 있는 거다 이런 말이 있지 ’
聞之曰(문지왈) : 이를 듣고 말했다
鑑明則塵垢不止(감명칙진구불지) : ‘거울이 밝은 것은 먼지가 앉지 않아서이고
止則不明也(지칙불명야) : 먼지가 앉으면 흐려진다
久與賢人處則無過(구여현인처칙무과) : 이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현인과 함께 있으면 잘못이 없어진다’고
今子之所取大者(금자지소취대자) : 지금 자네가 소중히 여길 것은
先生也(선생야) : 선생님의 도일 것인데
而猶出言若是(이유출언약시) : 아직 그런 소리를 하다니
不亦過乎(불역과호) : 지나친 잘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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