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기운을 알아 차리면 천하의 영웅도 함께한다.
011. 會得個中趣,五湖之烟月,盡入寸裡。
회득개중취, 오조지연월, 진입촌리.
破得眼前機,千古之英雄,盡歸掌握。
파득안전기, 천고영지웅, 진귀장악.
하나의 사물 가운데 들어 있는 참 맛을 깨달을 수 있다면
오호의 풍경도 모두 한 치 마음 속에 들어오고,
눈앞의 기운를 간파할 수 있다면
천고의 영웅도 다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니라.
012. 山河大地,已屬微塵,而況塵中之塵?
산하대지, 이속미진, 이황진중지진
血肉身軀,且歸泡影,而況影外之影?
혈육신구, 차귀포영, 이황영외지영
非上上智,無了了心。
비상상지, 무료료심.
산하와 대지도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는데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은 어떠하겠는가
!
피와 살과 몸뚱이도 또한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는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는 어떠하겠는가
!
그러나 최고의 지혜가 아니면 밝게 깨닫는 마음도 없으리라.
013. 石火光中,爭長競短,幾何光陰?
석화광중, 쟁장경단, 기하광음
蝸牛角上,較雌論雄,許大世界?
와우각상, 교자론웅, 허대세계
석화의 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어 본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의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루어 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014. 寒燈無焰,敝裘無溫,總是播弄光景。
한등 무염, 폐구무온, 총시파롱광경.
身如槁木,心似死灰,不免墮在頑空。
신여고목, 심사사회, 불면타재완공.
가물거리는 등잔에 불꽃이 없고
해어진 갖옷에 따스함이 없으니
이 모두 삭막한 풍경이요,
몸은 마른 나무와 같고
마음은 싸늘해 식은 재와 같으니
완고한 공의식(空意識)에 떨어짐을 면하지 못하리라.
015. 人肯當下休,便當下了。
인긍당하휴, 변당하료.
若要尋個歇處,
약요심개혈처.
則婚嫁雖完,事亦不少。僧道雖好,心亦不了。
즉혼가수완, 사역불소. 승도수호, 심역불료.
前人云,如今休去,便休去,若覓了時,無了時,
전인운, ‘여금휴거, 변휴거, 약멱료시, 무료시
見之卓矣。
견지탁의.
사람이 애써 당장에 쉬면 곧 그 당장에 쉴 수 있으되,
만약 쉴 곳을 찾는다면 아들딸을 결혼시킨 후에도 일은 많으리라.
출가승과 도사가 비록 좋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으로는 역시 깨닫지 못할지니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만약 당장에 그만두면 곧 그만 둘 수 있지만
그만둘 때를 찾는다면 그만둘 때가 없으리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탁견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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